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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캐논 변주곡을 예전부터 정말 연주하고 싶었다. 어릴 때 피아노를 좋아했던 것 같지만, 형편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게 아니어서 피아노를 배울 기회는 없었다. 당시 초등학교 앞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당연히 쓸 데 없는 돈이 되지 않는 취미따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이 아쉽다.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무의식 중에 남아있으니.

 

대신 쿼티 키보드로 피아노를 연주해 봤다.

 

 

정말 이상하지만 필자는 공시생이며, 취미들이 하나 같이 독특하다. 나중에 게시글을 쓰면서 차차 취미를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Everyone Piano 프로그램으로 쿼티 키보드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그 취미 중 하나다. 상대 음감에 박자도 잘 못 맞춰서 재능은 없지만 말이다. 전공도 아닌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주할 때 악보를 보긴 했지만 악보를 읽는 게 아니라 해석하는 수준에 가까워서, 계이름을 대충 외워서 야매로 쳤다. 보니까 절대음감은 알아서 잘만 치던데 아쉽게도 나는 음악적인 재능은 없다. 과연 이 세상에 쿼티 키보드로 연주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공시생 중에서는 필자가 유일할 것이다.

 

솔직히 악보를 봐도 모르겠어서 중간에 빼먹은 부분이나 필자 마음대로 지어내서 친 구간이 많다. 캐논 변주곡이 아니라 개논 변주곡인 듯 하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했다가, 티스토리에도 똑같이 업로드하려 본문 문체를 바꾸는데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올리겠다는데 왜 저품질을 피하려 고생해야 하는 건지.

 

어찌됐든 피아노 대신 쿼티 피아노의 숙련도가 상승했으니 열심히 굴려서 신기한 걸 구경하는 게 좋은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장치로 사용해야 겠다.

 

나중에 다른 곡도 연습할 예정이다. 다만 중간에 b나 #이 많이 들어가면 키보드로는 연주하기 힘들다. F1, F2 버튼으로 장조는 바꿔도 반음을 올리거나 내리는 기능이 없어서 말이다.

 

덕분에 필자가 인디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 bgm인 언더테일의 'MEGALOVANIA' 라는 음악은 도전하지도 못 하고 있다. 당시 언더테일이 출시됐을 때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떤 게임보다 열심히 플레이했다. 수 번의 플레이를 하고, 엔딩을 보고, 여러가지를 분석한 다음에서야 언더테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언더테일을 플레이할 예정이라면 스크롤을 내리지 마시길.

 

언더테일은 필자가 아직까지도 인디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다. 비록 어떤 무개념에 의해 "와! 샌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게임 내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언더테일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 지는 모르겠다.

 

아마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와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틀을 깨는 사고방식, 세이브 포인트와 불러오기를 정말 잘 활용했으니까. 당연히 상점에 가면 물건을 팔 수 있었던 사고방식을 깨 버리고, 당연히 적을 죽여야만 하는 RPG 게임에서 아무도 죽일 필요 없는 상냥한 RPG를 구현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토비 폭스는 천재다. 유저를 속이기 위해 더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신기하고,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언더테일(UNDERTALE)의 애너그램인 델타룬(DELTARUNE)이라는 차기작은 데모 버전을 플레이했는데, 여전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몇 년 간 유저를 애타게 하면서, 유저의 기억 한 구석에 내가 남아있게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개발자로서 최고의 기분이지 않을까. 토비 폭스는 "델타룬의 캐릭터와 배경이 언더테일의 세계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지만, 그 배경은 언더테일과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확실히 캐릭터가 언더테일에 있던 것과는 다르더라. 생김새는 매우 닮았으나 성격부터 가치관까지 다른 사람이다. 동일 인물이 아니라 평행 세계다. 그래도 평행 세계에서나마 행복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들을 보니, 마치 엔딩 이후 지상으로 올라온 언더테일(지하) 속 괴물들을 보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재밌는 점은, 그 중에서 샌즈는 특히 더 재밌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평행 세계지만 샌즈 만큼은 전작에 대한 모든 걸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근거는 없으나 언더테일에서 샌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납득할 것이다.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고 있으니 참 재밌더라.

 

얘기가 길어졌는데, 블로그에서도 말했다시피 'MEGALOVANIA'는 꼭 연주하고 싶은 곡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른 곡을 연주해서 업로드하겠다. 참고로 여기서 언젠가는 "언제 한 번 밥 먹자."의 언제가 맞다. 농담이다. 필자는 빈말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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