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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reak, Pixabay

2020년 4월 10일, 서울○○경찰서에 비상이 걸렸다. 두 번의 사망 사건 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어제 또 일이 터졌다. 세 명, 고작 일주일 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 명이나 죽은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하필이면 비번일 때 이런 일이 터지냐."

 

그 덕에 최 형사는 금쪽같은 휴가도 반납하고 경찰서로 출근했다. 이내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고는, 이러다간 과로로 쓰러 질 게 분명하다며 약국에서 산 두통약과 비타민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위에서 사고사로 마무리 하려는거 제가 안 된다고 말렸어요. 같은 동네에서 이렇게 연이어 죽는 건 처음 보는데, 최 형사님. 이 보고서 좀 보세요. 사인은 사고사 처럼 보이는데, 이상해요. 피해자들의 직업이 동일한데, 모두 윤슬 극단 소속이에요."

 

며칠간 작성한 보고서 파일을 최 형사에게 넘기며 말하는 윤 형사. CCTV가 없어 사망 시각을 확실히 알 수가 없다며 투덜 거린다. 시체에 저항한 흔적도 없으니 대충 마무리 하자는 분위기 였는데, 다행히 윤 형사가 화를 실컷 내고는 이 사건을 넘겨 받았다고 한다.

 

"사고사로 처리 안 한건 아주 잘했어, 내 느낌이지만.. 한 사람이 저지른 연쇄 살인일 확률이 높아 보이니까."

 

"네?! 셋 다 한 사람에게 살해 당했다고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의 윤 형사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최 형사는 보고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감이 말 해주고 있다. 만약 피해자가 한 명 뿐이었다면 사고사로 결론 지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며칠 동안 간격을 두고 범행을 저지른 연쇄 살인사건. 어쩌면, 또 다시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

 

"윤 형사, 따라 와. 극단에 가서 자세하게 알아봐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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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인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고, 비번에 딱히 수사중이라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기에 최 형사는 경찰차가 아닌 자신의 차를 선택 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약간 헤져 보이는 '윤슬 극단'이라는 글씨가 적힌 작은 건물이 나왔다. 최신식 건물은 아니지만, 건물의 생김새가 향수를 불러 왔다. 마치 어릴 적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지만 작은 장난감 하나에 행복했던 것 같은 분위기,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이내 두 경찰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사에 필요할 것을 챙겨 내렸다.

 

"여기네요, 돌아가신 분들이 소속 되었던 윤슬 극단. 갑시다!"

 

어쩐지 비장한 눈빛을 한 윤 형사가 성큼성큼 앞장 서서 걸어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 형사는 잠시 멈춰 심호흡을 했다. 이 건물에 연쇄 살인마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 때문이었다. 이내 천천히 윤 형사의 뒤를 따라 갔다. 점점 극단과의 거리가 좁아지자 입구에 붙어 있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개인 사정으로 예정 된 4월 공연을 모두 취소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아마 이번에 극단 배우를 세 명이나 잃었기 때문이겠지. 종이를 지나쳐 문을 열고 극단의 안내 데스크를 향해 걸어갔다.

 

"아.. 문 앞의 글을 못 읽으셨나봐요, 죄송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모든 4월 공연이 취소 되었습니다. 환불 문의는 저희 홈페이지를 참고 해 주세요. 오시는 길 힘드셨을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윤 형사에게 열심히 안내를 하는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보였다. 가끔 이런 손님이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걸 모르고 오는 사람들. 직원은 앞의 두 사람을 흔한 연극 관람객 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경찰입니다. 이 친구도 어리버리 해 보이지만 경찰이고요. 저희가 잠시 극단장 님을 만나고 싶은데, 안내 좀 부탁합니다."

 

최 형사가 윤 형사의 어깨에 왼팔을 얹고, 나머지 손으로는 미리 준비 해 둔 경찰 공무원증을 꺼내 직원에게 보여주며 씨익 웃었다. 직원은 화들짝 놀란 채 극단 내선 번호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네 단장님, 잠시 와 주셔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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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 불찰입니다."

 

자신을 금영호라고 소개한 57세의 남성, 윤슬 극단의 단장이다.

 

"불찰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혹시 당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냐는 눈빛으로 최 형사가 쏘아보자, 자신은 아는 게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 극단은 작품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누군가는 연기는 그저 일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메소드 연기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으시겠죠. 수많은 트레이닝을 통해 캐릭터를 연기 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 그 자체가 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심하게 우울증에 걸릴 줄 알았으면 자살하기 전에 잘 챙겨 주는 거였는데..."

 

단장은 죽은 배우들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메소드 연기는 그 한계가 뚜렷함에도, 유난히 연기 방법 중에서 자주 채용 한단 말이지. 그나마 공백 기간이 긴 영화면 모를까. 매일 다른 내용의 연기를 하는 연극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

 

"...라고들 많이 말하죠. 하지만 저와 최 형사님 생각은 다릅니다. 이건 틀림 없는 어떤 목적에 의한 살인이라는 의견 입니다."

 

좋은 타이밍에 윤 형사가 우리가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금영호 극단장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자살이 아닐 수 있다. 그 한 마디가 던진 파급력은 엄청났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분명 경찰 분들이 저항한 흔적이 없다고 해서 철썩같이 자살인 줄 알았는데. 배우들의 원한을 풀 수만 있다면 제가 뭐든지 돕겠습니다. 윤슬 극단은 제 가족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화색을 띄며 윤 형사에게 연극 주간 일정표를 보여주는 극단장.

"감사합니다. 어...?"

 

윤 형사는 골똘한 표정으로 일정을 살펴보다, 최 형사에게 종이를 넘기고 옆에서 주연 배역란을 보면서 이름을 중얼대기 시작했다.

 

"일정 대로라면 오늘은 동선 연습이 있는 날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제는 못하게 됐지만요."

 

최 형사의 질문에 금영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 해 보였다.

 

"주연 배역만 적혀 있는데 나머지 배역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용의자가 밑도 끝도 없이 많아지면 큰일이다. 설마 수 백명에게 일일히 진술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자 두통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서에서 두통약을 챙겨 올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학생 때, 제가 졸업한 곳이 □□대 연극영화과 입니다. 그 과의 부원들을 조연, 엑스트라로 활용하여 저는 부족한 사람을, 학교에서는 연기 경험을 얻는 식으로 상부상조하여 해결했습니다. 당연히 페이도 지급 하고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학생이면 학교라는 알리바이로 용의 선상에서 배제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불행 중 행운이었다.

 

"그럼.. 주역 배우에 적힌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만."

 

극단장을 지켜 보는 최 형사의 눈이 서슬퍼래 빛났다.

 

"마침 잘 됐네요. 배우 들이라면 지금 휴게실에 모여서 앞으로의 대책을 논하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불러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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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 경찰이 왔다고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살인 일 수도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대체 어떻게..?!"

 

사람 수가 늘어나면 잡음이 나기 마련이다. 수사를 하기엔 산만한 분위기. 잠시 집중 해 달라는 뜻으로 최 형사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배우들의 말 소리가 잦아들자 이내 입을 떼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온 이유를 다들 알고 계시니, 본론으로 넘어가죠. 우선 여덟 분에 대한 이야기는 단장님께 잘 들었습니다."

 

용의자가 많다는 생각에 빠르게 수첩을 꺼내 메모 한 최 형사. [산하늘, 허기성, 조태식, 유경아, 강민철, 한진수, 유희수, 서봄...] 이름은 적었지만 벌써부터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 지 막막했다. 경찰서의 지원 없이 두 명이서 해결 할 수 있을까.

 

"최 형사님. 한 분씩 따로 진술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 서로 말이 다른 부분을 알 수 있으니까. 마침 딱 여덟 명이니, 제가 뒤의 네 분을 맡을게요."

 

조용히 최 형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윤 형사.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한 번에 심문을 하면 범인이 숨을 수 있으니. 진술한 내용은 만약을 대비해 녹음 파일과 메모로 남기기로 했다.

 

"한 사람당 10분 정도 소요 될 겁니다. 협조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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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형사라니 좋은 일을 하시네요!"

 

첫 번째 용의자는 산하늘(26). 주로 동화에서 중요한 주인공 역할을 자주 맡았다. 이름처럼 산뜻하고 풋풋한 이미지라 참 적응이 안된다.

 

"네, 뭐. 일정표를 보니 하는 말인데, 피해자 분들과 가장 자주 작품을 맡으셨더라고요. 그럼 옆에서 가장 많이 보셨을 텐데, 피해자 분들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 분들은, 뭐랄까. 딱 그 역할에 맞는 사람들이랄까요. 형사님도 착해서 경찰 일 하시는 거잖아요. 그 죽은 사람들은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쩌면, 이렇게 죽는게 그 분들의 운명이었을 지 모르죠.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사람의 생사까지도."

 

"하하, 그 분들이 산하늘 씨를 괴롭히기라도 했나 보네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산하늘.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사실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생각 해 보면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다.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입가에 미소를 띄고 떠 보듯 질문을 던졌다.

 

"괜찮아요. 세상은 권선징악이라고 믿는 편이니까,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솔직히, 그냥 그렇게 된게 다행이라 생각해요. 한이나 씨는 부당한 거래로 이득을 챙기고, 박연자씨는 밥만 잘 줬지 아동 학대범에, 이종수 씨도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소리공포증을 가졌는데 괜히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한다고요. 심지어 한 때는, 다른 사람 아이를 멋대로 데려와서는. 어휴. 거의 납치랑 다를 바 없다니까요."

 

산하늘씨가 들려준 진술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극단 외부의 누군가가 원한을 품고 죽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는 최 형사.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죠? 또 누가 알고 있습니까?"

 

"전 직접 봤으니까요. 박연자 씨에 대한 건 조태식 씨가, 이종수 씨에 대한 내용은 한진수 씨가 알고 있을 거에요."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와 안정된 호흡. 거짓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윤 형사가 맡은 한진수는 몰라도, 조태식은 진술 명단에 들어있으니 확인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증인 조태식을 덧붙여 적는 최 형사.

 

"진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해 주신 내용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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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사실로 돌아가신 분들을 죽인 진범을 찾을 수만 있다면... 형사님. 거짓 없이 답하겠습니다."

 

두번째 용의자는 인어공주의 왕자 역을 맡은 허기성(28), 연극배우인 직업 탓인지 훤칠 한 게 동화 속 왕자가 튀어나왔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네. 허기성 씨라 하셨죠. 피해자 분들은 주로 어떤 사람이었죠? 또 극단 소속 배우들 관계 중 서로 틀어질 만한 일이 있었나요?"

 

최 형사가 수첩을 다음 장으로 넘기며 물었다.

 

"글쎄요, 저는 그렇게 많은 작품에 참여한 게 아니라서 그런 건 잘 알지 못하지만, 좋은 분들 같더라고요. 서로 싸운 적도 없고 리허설을 하면서 합이 잘 안 맞아도 웃으며 넘어가곤 했는데. 원한을 살 사람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범인은 외부인이 아닐까요? 극단 사람들이 그런 끔찍한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그보다, 만약 이런 일이 더 생긴다면. 약하거나 키가 작은 분들이 먼저 죽었으니, 그 다음은 아마 하늘 씨가 위험할텐테 걱정이네요. 저는 덩치가 크니 괜찮고, 어떻게 보호 요청이 안될까요?"

 

아무래도 허기성은 산하늘을 짝사랑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정작 본인은 진술 때 말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걸 보면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괜히 남의 입으로 그 쪽은 당신에게 호감이 없습니다 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말씀 감사합니다. 외부인의 소행 일 확률도 충분히 고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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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 일이네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세번째 용의자. 산하늘이 언급 했던 조태식(29), 헨젤과 그레텔의 헨젤, 그리고 행복한 왕자를 맡았다.

 

"피해자 분이 이런 저런 불법적인 행태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 언제 부터 알고 계셨죠? 그런 일을 보셨다면 왜 숨기고 있었습니까. 후환이 두려웠더라면 경찰에 신변 보호를 하셨으면 될텐데."

 

날카로운 눈빛으로 산하늘에게 들은 질문을 던지는 최 형사. 하지만, 조태식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 밖이었다.

 

"아니, 불법이라뇨. 그 분들의 사생활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가 알고 있었다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거짓말을 한다기엔 당황해서 커진 눈동자를 제외하면 그의 말은 진실이었다. 분명 박연자에 대한 일을 알고 있다 하지 않았나.

 

"박연자 씨가 아이에게 식사만 제공한 채 방임, 학대 했다는 데 짐작가는 바가 전혀 없습니까? 잘 기억 해 보세요."

 

믿기지 않은 최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재차 질문을 되물었다. 혹시 질문이 왜곡될까 조금 구체적으로 내용을 덧붙인 채로.

 

"전혀 들은 적 없습니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고요. 아무래도 형사님께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착각 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그 분은 미혼인데 친척 조카라도 학대 한 겁니까? 그냥 사람 착한 아줌마로 보였는데. 어휴."

 

"음, 네.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질문은 어디로 향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가득 쌓였지만, 모른다는 걸 보면 산하늘 씨가 다른 사람과 착각했을 거라 마음속으로 결론 짓고 최 형사는 서둘러 진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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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이 사라졌네요..."

 

마지막 네번째 용의자인 유경아(27).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인 캔자스에 사는 도로시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힘드시겠지만 아시는 대로 답 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해자 분들은 생전에 극단의 누구랑 친했는지, 또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나요. 아니면 뭔가 특이한 점이라도 좋습니다. 뭐든지요."

 

최 형사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글씨를 적을 준비를 하며, 가볍게 펜을 흔들고는 이내 시선을 수첩에 고정한 채 물었다.

 

"원한은 모르지만, 원래 인어 공주의 마녀 역할이 서 봄씨 였어요. 한이나 씨와 박연자 씨가 둘 다 40대 시잖아요. 아무래도 저희같은 20대랑은 잘 안 맞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두 분이 같이 지내게 됐어요. 두 분이 친하게 지내셨는데 아무래도 이나씨가 연자씨처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서 봄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로 바꿨거든요. 음...그닥 중요한 내용은 아닌거 같네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모든게 단서죠, 감사합니다."

 

네 명의 진술을 끝내고 이내 일어서서 건물 밖으로 바람을 쐬러 간 최형사는 윤 형사의 진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모든 용의자는 진술 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상해. 모순되는 점이 있단 말이지.

 

'퍼즐 조각 하나가 빠져 있어.'

 

단순 심증이지만, 이걸 확신하려면 나머지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정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 할 수는 없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약간 지쳐 보이는 상태로 윤 형사가 문을 열고 나왔다.

 

"후, 시원하다. 이제야 살 거 같네. 최 형사님. 제 쪽에서는 별 다른 얘기가 나오진 않았어요. 그냥 다들 화목 했고, 딱히 별 일 없었고, 아까 단장님이 말한 메소드 연기 때문에 우울증이 잠시 왔다던가. 이런저런 얘기였는데 아무래도 외부인의 소행이 맞는 거 같아요."

 

내심 정보가 나오지 않았음에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윤 형사.

 

"...메소드 연기!"

 

그 말에 무언가 떠오른 듯, 수첩 중 아무데나 빈 페이지가 나올 때까지 넘긴 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다급하게 적어대는 최 형사.

 

"...최 형사님?"

 

뭔가 잘못 되어가는 걸까 싶었던 윤 형사가 걱정스러운 듯 불렀다. 어느덧,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춘 그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범인은 누군지 알았어. 하지만 정말...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이야. 동료들이 옳았어. 차라리 사고사로 처리하는 게 나았을 지도 몰라. 살해 동기와 사망한 원인까지. 어쩌면..."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어쩐지 최 형사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맴돌았다. 그런 표정은 처음 봐서일까, 선뜻 말을 걸기조차 어려웠다. 바보 같은 일이라며 자책하는 그의 어깨를 윤 형사가 말 없이 토닥였다.

 

"살인 사건을 묻는다니, 증거 조작이잖아요. 선배의 선택은 옳아요. 무고한 사람이 더 죽는 걸 막은 셈이니까 우리가 해 낸 거라고요. 대체 범인은 누구고, 살해 동기, 사망 원인은 무슨 관계가 있죠?"

 

잠깐 동안 이어진 침묵, 어떻게든 상심에 빠진 그를 위로하려는 윤 형사를 보며 각오를 다진 최 형사는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내가 필기한 내용을 읽어보도록 해, 그 후에 말 해 주도록 할테니."


작년에 일주일 만에 만들었던 추리 퀴즈입니다. 기존에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했으며, 티스토리에도 똑같이 업로드 하겠습니다. 설마 이런다고 저품질이 찾아오진 않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내가 저작권자인데 설마 저품질이 오겠나 싶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네요. 네이버 블로그랑 닉네임이 서로 달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정답 발표는 약 일주일 정도 후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 2020, 미적분(검찰공시생)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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